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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간화선 지침-망상(妄想)과 함께하다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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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망상(妄想)과 함께하다

컵에 얼음이 붙어 있을 때 한참 후에는 얼음이 컵으로부터 이탈하게 된다.

따라서 얼음은 컵으로부터 떨어져서 자유스러워진다.

마음도 아니라고 확실히 자각(自覺)상태가 되어지면 마음이라고 알았던 그 마음이 얼음 떠다니듯이 컵에 붙어 있지 않고, 사라지듯이 그 마음도 사라진다.

이렇듯이 사라지면서 그것이 바로 고요한 지혜로 변해버린다.

마음이라는 것에는 지혜가 있어서 나를 구속하는 것 들을 지혜로 바꾸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마치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듯이 한다.

그러면 마음의 폭이 넓어지고 부드러워진다.

번뇌망상(煩惱妄想)은 몹쓸 대상이 아니고, 지혜로 바꾸어지는 도구역할을 한다.

즉 탐진치(貪嗔癡)가 계정혜(戒定慧)로 바꾸어지는 것이 불교이지, 탐진치를 내려놓고는 절대로 계정혜로 바뀌지 않는다.

탐진치가 이 몸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이 몸을 좋게 쓰는 도구인 것이다.

이렇듯이 불교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불교를 무상(無常)이라는 뜻의 세속적인 의미로만 왜곡하여 불교를 마치 허무주의(虛無主義)로 잘 못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간화선은 사람을 변화시켜 새롭게 만드는 공부로서 바른 성인(聖人)을 만드는 공부이다.

더불어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당당하고 흔들림 없이 자신 있게 삶을 유지하게 하며, 내면은 강(强)하고, 외면은 부드럽게 해주는 훌륭한 생활인을 만드는 것이다.

즉 못 쓰는 물건을 잘 쓸 수 있도록 좋은 물건으로 바꾸어주는 공부이다.

온화해지고 내 마음이 녹아져서 부드럽고 자비스러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져서 그것에 놀아나면 또한 망상이 들어온다.

따라서 좋아진 것에 붙들리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부처도 아니다, 중생도 아니다, 몸도 아니다, 마음도 아니다’라는 말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일이다.

몸에 아무리 단청(丹靑)을 잘 해도 순간순간마다 변색되기 때문에 몸은 고정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몸을 놓게 된다.

몸을 놓게 되면 위장병이 약 없이도 스스로 치료될 수 있듯이, 몸 스스로가 조절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음의 이치도 이와 같다.

마음을 놓게 되면 자신은 비로소 몸과 마음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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